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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4년 2월의 메모24/2/28 집 앞 산책로에서 가벼운 조깅을 한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종종 단상에 빠진다. 산을 달릴 때면 "젊음이 좋다."라는 식의 말을 종종 듣는다. 이 짧은 한마디가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산책 중에 벤치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을 지나친다. 별다른 대화 없이 볕을 쬐고 계신다. 무언 속에 단순히 함께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로가 지나온 인생의 여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콘서트 필름 를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왔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그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연주를 남겼다. 그의 삶의 여정이 응축되어 20곡의 연주에 고스란히 담겼다. 누군가의 꽉 찬 마지막을 숨죽여 지켜보는 엄숙함 가운데 그의 표정과 숨소리, 섬세한 손끝의 움직임에 몰입한다. 연주를 시작하는 그의 표정에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다. 연주를 이어가는 동안 그의 표정은 점점 슬픔에서 평온으로 변해갔다. 연주의 중후반부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피아노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듯, 밝음에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오롯이 연주에 몰두한 듯 보였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그는 어떤 감정을 품었을까.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사랑한 음악을 쫓았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이..
2023 SEOUL 100K, 서울 국제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 100km 부문 참가 후기 준비하며올해의 목표였던 SEOUL 100K 대회에 참가하여 무사히 완주했다. 지난 4월에 처음 참가한 트레일 러닝 대회 KOREA 50K를 완주한 이후 막연하게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회의 완주가 목표였으나, 호기롭게 참가했던 지난 50km 대회에서 처절하게 쓴맛을 봤는데. 두 배가량이 되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그저 참가에만 의의를 두기로 했다. 제주도 한라산을 달리는 UTMB 트랜스 제주와 서울의 산을 달리는 SEOUL 100K 대회 중, 제주도를 달리고 싶었지만 일이 한창 바빠질 시기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열리는 SEOUL 100K에 참가하기로 했다. 종종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서 참가자 모집을 시작..
2023 KOREA 50K 트레일 러닝 대회 첫 트레일 러닝 대회 KOREA 50K에 참가하여 완주를 했다. 몇 달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던 대회였지만, 설렘은 레이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걱정으로 바뀌었다. 정신 없이 펼쳤던 레이스를 마치고 그 과정 속에서 느꼈던 부분을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레이스 대열 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도로를 지나 등산로로 접어든 순간부터는 좁아진 길로 인해 병목이 일어났다. 아직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숲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CP 1까지 앞선 주자를 추월하며 빠르게 나아갔다. CP 1에서는 가볍게 목만 축이고 다시 CP2를 향해 달렸다. 거센 비와 강풍 때문에 몸이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고 허기짐을 느꼈다. 특히 트레일 러닝에서는 허기짐을 느끼지 않도록 적절하게 에너지원을 공급..
경주, 광주, 전주까지 1.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의 휴가를 갖게 되었다. 그간 지쳐 있었던 몸과 마음 그리고 바쁨을 핑계 삼아 흐트러져 버린 삶의 루틴을 다시금 재정렬하고 싶었다. 멍하니 사색에 잠기는 시간도 필요했다. 2.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한라산 등산을 계획했지만, 반갑지 않은 우천으로 인해 취소하게 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입산이 통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백록담을 뒤덮은 안개를 떠올리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하얗게 눈에 덮인 한라산의 절경을 보고 싶었기에. 3. 경주에 왔다. 대릉원, 첨성대, 월정교에 이르기까지 걷고 또 걸으면서 경주의 정취를 만끽했다. 해가 저물고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찾은 맥줏집.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조차 나름의 용기였는데. 어느새 가게 사장..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간을 거슬러 그녀를 만나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비로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외톨이로 태어났지만 벤자민의 삶은 그가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양어머니 퀴니는 그에게 따뜻함을 가르쳐줬고, 첫사랑 연인은 사랑의 애틋함과 쓰라림을 전해준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뱃사람들은 진한 우정을 흔적으로 남겼으며, 러시아에서 만난 영국..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의 모든 수록곡은 한 여인을 위한 노래이다. This post was written by hyuns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