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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 2022 Kab Inc.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콘서트 필름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를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왔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그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연주를 남겼다.

그의 삶의 여정이 응축되어 20곡의 연주에 고스란히 담겼다. 누군가의 꽉 찬 마지막을 숨죽여 지켜보는 엄숙함 가운데 그의 표정과 숨소리, 섬세한 손끝의 움직임에 몰입한다.

연주를 시작하는 그의 표정에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다. 연주를 이어가는 동안 그의 표정은 점점 슬픔에서 평온으로 변해갔다.

연주의 중후반부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피아노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듯, 밝음에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오롯이 연주에 몰두한 듯 보였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그는 어떤 감정을 품었을까.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사랑한 음악을 쫓았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고,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그는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무상함을 예술로써, 음악으로써 승화시켰다.

마지막 연주곡인 Opus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류이치가 사라지고 피아노의 건반이 눌러지며 연주가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진한 헛헛감과 여운이 남았다.

엔딩 크레딧의 그의 마지막 전언,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시간의 흐름 속에 남기고 싶어 했던 그의 음악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떠나버린 그의 시간과 발자취를 돌아봤다. 그리고 문득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은 먼발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한편에서는 생명의 불씨가 꺼져간다.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휘황찬란했던 순간은 어느덧 덧없이 흘러가고, 결국 자연스레 그 끝에 다다를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다가서는 두려움, 지나간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 흘러간 시간에 대한 무상함. 류이치는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했다.

삶과 죽음. 그 사이를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 속에서 나는 무엇을 열망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R.I.P. Ryuichi Sa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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