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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경주, 광주, 전주까지

삶은 여행 - 이상은

1.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의 휴가를 갖게 되었다. 그간 지쳐 있었던 몸과 마음 그리고 바쁨을 핑계 삼아 흐트러져 버린 삶의 루틴을 다시금 재정렬하고 싶었다. 멍하니 사색에 잠기는 시간도 필요했다.

2.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한라산 등산을 계획했지만, 반갑지 않은 우천으로 인해 취소하게 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입산이 통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백록담을 뒤덮은 안개를 떠올리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하얗게 눈에 덮인 한라산의 절경을 보고 싶었기에.

3. 경주에 왔다. 대릉원, 첨성대, 월정교에 이르기까지 걷고 또 걸으면서 경주의 정취를 만끽했다. 해가 저물고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찾은 맥줏집.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조차 나름의 용기였는데. 어느새 가게 사장님과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이름 모를 두 분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의 연고조차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무척 편안했다. 가게를 마감한 후에 와인까지 대접해 주시던 사장님.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기억을 새기고 갑니다.

4. 늦은 새벽, 친구가 먼 거리를 달려서 경주에 내려왔다. 개인 카페 오픈을 앞둔 친구, 친구가 점 찍어둔 공간 몇 군데를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경주와 광주 그리고 전주까지 많은 공간을 둘러보았지만, 개중에서 경주의 커피 플레이스가 기억에 남는다. 창으로는 봉황대가 보인다. 그 자리에 앉아 사계절의 변화를 느껴 보고 싶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정성스러운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이렇게 10년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고 대접해주신 걸까. 나는 소원하는 무언가에 이토록 한결같은 자세로 임해 본 적이 있는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되뇌었다.

5. 여차여차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름의 생각도 정리하고 스트레스도 풀었다. 결론은 단순하다. 더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것. 지금보다 더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는 거. 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6. 새해에는 내실을 조금 더 단단히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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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 2024.02.28